우크라이나 '한국산 경유 러시아 공급' 주장, 정부는 왜 반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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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이 한국이 러시아에 석유 제품을 대거 공급해 연료난을 덜어줬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사실과 다르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공개적인 지적으로 나온 탓에 파장이 컸다.
논란의 시작은 영국 가디언의 보도였다.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유조선 7척이 14차례에 걸쳐 울산과 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총 17만 6,000톤 이상의 석유 제품을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운송했다는 내용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인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는 이 보도를 인용하며 한국산 경유가 러시아의 정제 능력 손실을 메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연료 부족 충격을 받기 시작한 바로 그 타이밍에 한국발 유류가 공급되어 군사적 압박 효과를 상쇄시켰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의 논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무역 통계를 근거로 반박에 나섰다. 원산지 여부를 불문하고 경유, 휘발유, 제트유 등 연료가 세관 통관 절차를 거쳐 러시아로 수출된 기록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거래 주체나 원산지, 최종 구매자 등 핵심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개별 거래를 근거로 한국의 대러 정책을 왜곡한 것은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대러 전략 물자 수출은 전면 불허하고,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1,400여 개 품목을 상황 허가 대상으로 지정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경유를 비롯한 정제유는 이 통제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설령 합법적으로 수출했더라도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정부는 목적지 허위 기재나 제3국을 경유한 우회 밀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내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이 논란은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발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비공개 합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까지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응하지 않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의 말이 들어 있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며 대사 소환 등을 포함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성급하게 공개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언론조차 이번 연료 수송 주장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하며, 외교적 갈등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우회 수출이나 국내법 위반 여지가 있는지 관계 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문제가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측에는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한국의 정책을 왜곡하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와 유류 수송 논란이 겹치면서 한-우크라이나 관계는 당분간 복잡한 외교적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