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전 70년, 적대적 두 국가론과 평화공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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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년 넘게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전투를 잠시 멈춘 정전일 뿐, 완전한 종전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이 기이한 법적 상태가 지금의 복잡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북한은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유지하며 남북을 차단하는 국경화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 노선이 제9차 당대회 당규약에 얼마나 공식적으로 반영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체제 유지의 핵심 기조로 굳어지는 셈이다.
군사 전략도 변했다. 핵 억제력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실제 전투 능력을 높이고 회색지대에서의 강압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다.
핵만 있는 북한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까지 현대화되어 실전 능력을 갖춘 북한이 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복원하려 한다. 북, 중, 러 연대를 미국을 견제하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긴장 속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방문 등을 계기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모두 비핵화 의제는 후순위로 미뤄두고 '평화공존'과 '회담 개최'라는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미국의 2026년 국방전략은 북한 억제에 있어 한국의 책임을 더 강조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통상 강압 기조가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일본은 2026년 말까지 전략문서를 개정해 독자적인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고, 중국은 다극 질서 속에서 주도권 확대를 꾀한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최대 교역 관계를 맺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고도의 외교적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목표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제안했다.
가장 삼엄한 군사 대립 지역인 DMZ는 70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기면서 저어새, 두루미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보물창고가 됐다. 군사 최전방이라는 정세 속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순수한 자연이 보존된 지구상 유일한 공간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주권 구조도 독특하다. 한국 영토에 위치하지만 관할권은 UN군 사령부에 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 군인이 몇 센티미터 거리에서 마주 보며 경비를 서는 전 세계 유일한 지정학적 공간이다.

휴전 국가나 안보 위기국은 투자와 관광에서 기피 대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한국은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흥행으로 전 세계의 주목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문화적 매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하고 외교적 발언권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무질서와 동맹 균열 속에서도 현상을 관리하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70년 넘게 끝나지 않은 전쟁의 종결을 향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