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숨은 목적은 북미대화? 국정원이 본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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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표면적으로는 항미원조 기념이었지만, 국정원은 여기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봤다. 바로 미국에 북미대화 의사를 전달하려는 계산이다.
전쟁 참전 기념이라면 군부 핵심 인사가 따라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번 수행단 면면은 달랐다.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비서 등 외교 라인이 중심이었다. 특히 대미 협상 전문가인 최선희 외무상이 권력 서열이 높은 조용원 비서보다 앞서 행사를 주도했다.
중국 측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당초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총리가 영접할 예정이었으나, 전략 외교를 지휘하는 왕후닝 정협 주석으로 전격 교체됐다. 왕이 외교부장과 최선희 외무상이 밀접하게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단순한 참배나 경제 협력이 아닌, 정치적 신호를 주고받으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중국이 김정은의 입장을 미국에 부드럽게 전달하는 징검다리 역할은 할 수 있으나, 적극적 중재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 위원장이 이용한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2014년에 완공했지만, 북한 측 통관 시설 지연 등으로 12년간 방치됐다. 이 다리가 공식 개통한 지 불과 9일 만에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통과했다. 열차 대신 전용 방탄 마이바흐 차량을 타고 국경을 넘은 것도 파격적이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탄 열차만 고집했다. 최고지도자가 자동차로 국경을 넘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베이징까지 가지 않고 단둥만 찍고 돌아온 실리주의적 행보이기도 하다. 방문 직전 돌았던 사망설을 단숨에 종식시키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과거 방중 때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영접했지만, 이번에는 서열 4위 왕후닝 주석이 맡았다. 정상 간 만남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전적 격하를 감수한 셈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계산이 깔렸다. 하나는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무역 확대 등 실리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향한 몸값 높이기다. 시진핑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중국이 든든한 배후임을 과시하려는 퍼포먼스다. 북한은 최근 무인기 전시회와 600mm 초대형 방사포 사격을 통해 '힘이 곧 평화'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했다.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제스처를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이다.
현재 북미는 대화 조건에서 입장 차이가 크다. 북한은 핵보유 공인과 제재 해제를, 미국은 핵비확산 체제 유지를 우려한다. 국정원은 다음 달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후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중국이 적극 중재하기보다는 전달자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 만났다. 중국을 통한 간접 전달보다 직접 회담을 원할 수 있다. 다만 회담 조건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 시기는 양 정상이 결정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