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수익성 의구심에 반도체 주가 급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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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 부진이 불씨가 되어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반도체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알파벳과 메타 같은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현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눈에 띄는 현금 흐름이나 생산성 향상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자금 조달이 영업 현금흐름이 아닌 부채나 주식 발행에 의존한다는 점도 경계심을 키웠다.
이런 불안감은 국내 증시로 그대로 전이됐다. 코스피는 장중 5%대 급락세를 보이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7%와 3% 안팎으로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미국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이 한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첨단 산업 투자도 지연되고, 이는 결국 미국 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연준 입장에서 한국의 수출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꼼꼼히 살펴야 할 변수가 됐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통화 정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AI 투자의 고도화는 예상치 못한 대폭락을 부르기도 한다. 2010년 5월 6일 미국 증시에서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가 대표적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몇 분 만에 9%가량 폭락했다가 순식간에 회복했는데, AI 알고리즘들이 특정 매도 신호에 반응해 연쇄적으로 매물을 쏟아낸 결과였다.
AI는 공포나 탐욕 같은 인간적 오류를 범하지 않지만, 정작 왜 그 주식을 샀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문제도 안고 있다. 금융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에이전트형 AI 전환으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긍정론도 있다. 다만 빅테크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GPU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선다.
결국 AI 투자가 대형 빅테크에만 머물지 않고 일반 기업 및 각국 정부로 확대되어 수요 기반을 넓힐 수 있을지가 반등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