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동결이 한국 반도체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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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런데 이번 결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미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례적으로 한국 경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지난달 0.25%포인트 인상 후 파급 효과를 지켜보자는 취지다. 표결은 10대 2로 갈렸다. 리사 연준 이사와 베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전보다 더 긴축적이지만 이를 '긴축적'이라 부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12월 8~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미국의 동결로 한미 금리 격차는 1.00%포인트로 유지됐다. 한국 기준금리 3.00%와 미국 상단 4.00%의 차이 그대로다. 달러 가치가 소폭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에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졌다. 국내 물가 상승률이 2.9%에 달하고 3분기 GDP가 1.0% 성장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멈췄음에도 한국은행이 11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 의장이 한국을 주시하는 이유는 미국 AI 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망이 한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언급한 '핵심 부품'은 사실상 한국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의미한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첨단 산업 투자도 지연되고, 인프라 비용이 치솟으며 미국 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의 수출 상황을 꼼꼼히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통화 정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워시 의장은 한국 경제의 상황을 보면 미국으로 오는 항공기와 선박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비유했다.

연준은 향후 금리 결정 회의 횟수를 줄이기로 예고했다. 현재 8회인 FOMC 회의를 내년에는 7회, 내후년에는 6회로 축소한다. 특히 내년에는 한 번의 회의를 광범위한 통화정책 전략 논의에만 쓰고 기준금리 투표나 정책 성명 발표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회의가 줄어드는 만큼 향후 한 번의 금리 결정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과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12월 인상 확률을 높게 유지하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