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라이 노벨평화상 수상 배경과 국제법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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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법조인 나비 필라이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그가 평화 증진과 국제법 질서 구축, 인권 보호에 평생을 바친 공로를 인정했다.
필라이는 유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 시절,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자행된 여성 대상 집단 성폭력을 단순한 부수적 피해가 아닌 '집단학살' 및 '인도에 반하는 죄'로 처벌할 수 있는 최초의 국제법적 선례를 세웠다. 이는 전쟁 중 성폭력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다.
그녀는 강간을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아닌, 한 집단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담긴 집단학살의 한 형태로 규정했다.

필라이는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 시절,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의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로벤섬에 수감 중이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범들을 변호하며 인권 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 만델라 대통령에 의해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비백인 여성 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1973년에는 감옥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악명 높은 로벤섬에 갇힌 정치범들도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역사상 처음으로 쟁취해 냈다. 버스 운전사의 딸로 태어나 수많은 유리천장을 깨뜨린 셈이다.
2008년부터 6년간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내며 전 세계 소외되고 박해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임기 중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치되고 가동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책임 규명을 촉구해 왔다.
이번 수상에는 최근 국제사법 기구와 국제법 질서를 무력화하려는 흐름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 노벨위원회는 필라이의 수상이 국제법과 관련 기구를 공격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 질서를 허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수상 소식을 접한 필라이는 노벨 평화상에 공공연히 눈독을 들여온 트럼프에 대한 농담으로 소감을 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