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악성 민원 실태, 왜 지도하면 학대라 불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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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5법이 시행됐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악성 민원 실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많은 교사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홀로 민원을 감당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서적 학대'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너무 모호하다는 점이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면 정서적 학대라고 신고당하고, 지도하지 않으면 방임이라고 또 신고당한다. 이 함정에서 자유로운 교사는 거의 없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제기된 아동학대 민원 중 종결된 사건의 90.4%가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교사는 즉시 범죄 혐의자처럼 조사 과정을 견뎌야 한다. 무혐의가 확정될 때까지의 심리적 압박은 고스란히 교사 몫이다.
지도하면 정서적 학대, 지도하지 않으면 방임이라고 신고당하는 교사라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진다.

직무 범위를 벗어난 사적 요구도 난무한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달라는 '모닝콜' 부탁이나, 주말에 아이가 심심하니 놀아달라는 요구, 심지어 은행 업무를 대신 봐달라는 민원까지 접수됐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 연락도 문제다. 밤 11시는 물론 새벽 2시에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구하거나, 휴가 기간에 연락이 안 되면 불성실하다며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교사의 외모와 사생활을 통제하려는 시도도 있다. 단발머리는 애정 결핍이니 머리를 기르라는 지적이나, 결혼 여부나 출산 계획을 캐묻는 민원도 빈번하다. 이런 요구들은 교육적 지도와 무관한 순수한 간섭에 가깝다.
정부가 민원창구 단일화나 학교 민원대응팀을 추진했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교사의 83%가 여전히 학교 차원이 아닌 개인이 직접 학부모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호자가 절차를 따르지 않거나 역할 분담이 불명확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항목 | 비율/현황 |
|---|---|
| 개인 민원 응대 지속 | 83% |
| 민원 걱정 및 무력감 | 초등 교사 68.9% |
| 정신적 고통 경험 | 78.8% |
| 참고 넘기기 | 88% |
민원 대응 과정에서 우울, 불안, 불면 등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교사는 78.8%에 이른다. 대다수 교사(88%)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참고 넘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숨진 제주 교사 추모 집회 뒤 1년 4개월 만에, 선생님 수만 명이 다시 아스팔트에 모였다. 이들은 보복성 신고가 두려워 교육 활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아동학대로 둔갑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입법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질적인 민원 창구 일원화와 학교 관리자의 책임 강화를 함께 요구했다. 일부 국회의원과 교육감도 집회에 참석해 지지 의사를 전했지만, 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제도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