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 164만 원 시대, 전세는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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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9.9%까지 치솟았다. 서울에서 전세로 집을 구하는 것이 월세를 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세가 대세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64만 1,000원이다. 1년 전보다 14%나 올랐다. 신촌 지역에서는 월세 100만 원짜리 매물이 흔하게 보일 정도다. 과거 월세가 서민이나 청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이제 무의미하다.
집주인들의 계산법이 달라졌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다. 과거처럼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한 시세 차익 기대감이 약해진 것도 원인이다. 아파트를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닌 매달 수익이 나오는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입자 측 사정도 녹록지 않다. 전세 자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가 확산됐다. 차라리 보증금을 낮추고 매달 월세를 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신규 계약만 떼어놓고 보면 월세 비중은 60%에 달한다. 기존 세입자들은 갱신 계약을 통해 전세권을 지키려 하지만,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세로 내몰리는 셈이다. 저자산 가구와 청년층이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도 작용했다.
서울 주택 준공 및 신규 입주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9.1% 감소하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졌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실거주 의무가 확대되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거래가 제한됐다.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계약이 늘어난 것도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량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서민 전월세난이 청년과 신혼부부, 중산층 임차인의 소비 여력과 자산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거 비용이 치솟으면 미래 준비를 해야 할 청년층의 지갑이 닫힐 수밖에 없다. 결국 집값을 더 밀어 올릴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어 외곽 지역 매매 가격까지 올라간다. 핵심지와 외곽의 가격 차가 좁혀지는 현상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집값 억제인지 서민 주거 안정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