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장모 살해 사건, 보호 시스템은 왜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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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 새벽,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남성 김모 씨가 장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해 강원도 양양으로 도주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강력범죄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로 읽히는 이유는 피해자가 이미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과거 아내를 상습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법원은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내렸지만, 이 명령은 9월 30일부로 종료됐다. 경찰은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A등급 고위험군'으로 지정한 바로 그날 기존 조치가 만료된 것이다.
경찰은 추가 피해 우려가 크다고 보고 10월 6일 접근금지 명령을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채 법적 공백기가 생겼고, 그 사이인 11일 새벽에 범행이 발생했다. 고위험군 관리와 실제 격리 조치 사이의 시간 차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경찰이 위험 등급을 올린 당일, 기존 접근금지 명령은 자동으로 만료됐다. 시스템은 위험을 감지했지만, 물리적 격리는 그 순간 멈췄다.

경찰은 아내의 안전을 위해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하지만 범행 당시 이 기기는 전원이 꺼져 있거나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다.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혀 있었던 셈이다.
결국 범행은 스마트워치가 아닌 비명을 들은 이웃 주민의 112 신고를 통해 알려졌다. 경찰은 배터리 방전 가능성을 확인 중이지만, 피해자가 위급 상황에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었지만, 병가를 내거나 자택을 비우는 방식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세 차례나 피했다. 경찰은 10월 10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씨가 불응하자, 조사 일정을 사흘 뒤인 13일로 연기했다.
소송 중인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피의자의 편의에 맞춰 조사를 미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씨는 대면 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 예정일 이틀 전에 처가를 습격했다.
김 씨는 범행 직후 아내를 차에 태우고 서울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약 200km를 달렸다. 체포된 그는 도주 이유에 대해 '바람을 쐬고 싶어서'라는 상식 밖의 진술을 했다. 수사망을 좁혀오자 산중턱에서 아내에게 각자 갈 길을 가자고 말하고 도망쳤으나, 7시간 만에 긴급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