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토킹 살인 사건, 스마트워치와 신고 이력 왜 보호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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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손에 쥐고도 버튼 하나 누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2026년 10월 12일 새벽, 제주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신변보호 제도의 치명적인 공백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스토킹과 교제 폭력으로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 이에 따라 9월 중순경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대상으로 등록하고 긴급 구조 장치인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위급 시 버튼만 누르면 위치가 추적되고 112 상황실로 자동 신고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기습적인 흉기 피습 상황은 너무 빨랐다. 피해자는 구조 요청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결국 쓰러진 피해자는 경찰이 아닌 행인에 의해 발견되어 신고되었다. 갑작스러운 보복 범죄 앞에서 스마트워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가해자를 법적으로 떼어놓지 않은 채 스마트워치만 쥐여준 치안 공백이 드러났다.
가장 큰 쟁점은 '사건 접수 불원'으로 인한 보호 조치의 부재다. 피해자가 수차례 신고했지만, 현장 종결이나 피해자의 정식 처벌 불원 의사 등으로 정식 입건이 되지 않았다. 그 결과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등 실질적인 격리 조치가 전혀 내려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선제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이력이 있었음에도 가해자는 피해자 근처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범행은 새벽 1시 38분경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 길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였지만, 경찰은 블랙박스와 CCTV를 긴급 확보해 동선을 추적했다. 범행 약 3시간 30분 만인 새벽 5시 8분경, 제주시 건입동에서 도주 중이던 60대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다.
가해자는 체포 직후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미 벗어나기 위해 경찰을 찾았던 상황이었다.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는 흉기 소지 여부, 피해자 동선 파악 등 범행의 사전 계획성 여부가 형량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