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킹으로 개인정보 100만 건 유출, 내 정보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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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과 연락처, 심지어 연소득과 대출 한도까지 해커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최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해킹 공격으로 국내에서 최소 100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 속보만 보면 '남의 일' 같지만, 신한은행 고객 2만 5,000명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 85만 명까지 피해 범위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공격의 특징은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해커들은 보안이 탄탄한 핵심망 대신, 개인 정보를 위탁 저장한 외부 협력업체나 주변 업무용 시스템을 노렸다. 이런 시스템은 이용자가 적어 보안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AI가 이 빈틈을 순식간에 찾아내 공격을 자동화했다. 국방부 병영생활전문상담관 교육사이트와 국가청렴권익교육원 등 외부 협력업체 한 곳이 뚫리면서 최소 14만여 명의 정보가 함께 유출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7곳과 공공기관, 종교기관까지 피해가 확산한 배경에는 초동 대처의 실패도 있다. 금융보안원은 사고 발생 약 2주 전에 AI 에이전트 해킹 시도를 감지해 은행권에 공유했지만, 주요 은행들은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차 공격을 일상적인 수준으로 간주해 자동화 시스템으로만 대응하다가 2차 공격에 뚫렸고, 유출 사실을 인지하는 데 무려 80시간이 걸렸다.
핵심망이건 지원망이건 인터넷 접점이 있는 한 해커의 공격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똑같은 수준에 보안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유출 소식이 퍼지자 'AI로 온라인에 떠도는 내 정보를 지울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정 명령어를 입력해 AI 자동 작업 모드를 켜면 된다는 방식인데,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AI가 정보를 지우려면 일단 그 데이터를 확인하고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워주려면 갖고 있어야 되는 셈이라, 삭제 요청 자체가 AI의 학습 데이터로 흡수될 수 있다.
이런 AI 해킹은 단순한 코드 침투를 넘어 AI의 인지 방식을 속이는 기발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AI는 정지 표지판에 붙인 작은 스티커 패턴을 제한속도 표지판으로 오인해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오류를 범한다. 인간의 눈에는 그저 낙서처럼 보이지만, AI가 특정 픽셀 패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약점을 노린 것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도 롤플레잉 게임을 제안하며 도덕적 제한이 없는 가상 시나리오 작가인 척하게 하면, 폭탄 제조법 같은 금지된 답변을 내뱉는 '탈옥'이 가능하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뿐 아니라 연소득, 대출 한도 등 민감한 금융 데이터가 포함됐다. 이 정보는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명의 도용 등 2차 범죄로 악용될 위험이 매우 높다. 신한은행에서 유출된 고객 정보 2만 5,000명분만 해도 대출 신청과 관련된 상세한 내역을 담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웰컴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서, 금융 거래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인터넷침해대응센터를 24시간 비상 체제로 전환하고 주요 기업의 보안 모니터링 요원을 보강했다. 산하 기관과 외부 협력업체에는 긴급 보안 점검 권고를 발령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공격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탐색하는 시대에는, 내 정보를 위탁한 기관의 보안 수준까지 내가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에 올 공격은 어떤 약점을 노릴지, 지금부터라도 내 정보의 흔적을 줄이는 습관이 유일한 방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