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매도세가 불러온 2조 달러 증발과 헤지펀드의 빠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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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8거래일 만에 미국 반도체 주식들의 시가총액 약 2조 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한화로 약 2,70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강력한 조정은 단순한 하락을 넘어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10월 중순 5거래일 동안 기술주 비중을 줄이는 속도가 2016년 이후 최대 폭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매수 포지션을 정리해 이익을 확정 짓는 롱 리퀴데이션(Long Liquidation) 방식으로 진행됐다. 솔직히 이 정도 속도라면 시장이 얼마나 급박하게 움직였는지 체감이 된다.
이번 매도는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아니라, 기존 보유 물량을 정리하는 롱 포지션 청산 방식이었다.
기술주가 이토록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배경이 맞물려 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자금을 빌려 쓰는 기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둘째는 AI 인프라를 짓기 위해 쌓아 올린 부채 문제다.
특히 AI 클라우드 스타트업인 코어위브가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 끌어다 쓴 약 500억 달러의 부채가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빚으로 쌓은 AI 붐이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엔비디아와 빅테크 전반의 매도로 이어졌다. 여기에 AI 기업들의 매출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졌다.

정보기술(IT) 부문 중에서도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분야의 포지션 축소 규모가 가장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시장의 쏠림이 심했던 만큼 하락의 충격도 컸던 셈이다.
| 구분 | 내용 |
|---|---|
| 나스닥 100 주간 낙폭 | 5.5% 하락 |
| 헤지펀드 기술주 잔여 비중 | 23.5% |
| 헤지펀드 순레버리지 | 48.6% (1년 내 최저치) |
모든 자본이 주식 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 자본은 AI 하드웨어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기업들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액센추어나 IBM, 세일즈포스 같은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오히려 견고하게 버텼다. AI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대신, 그 서비스를 이용해 수혜를 보는 기업으로 돈이 옮겨가는 순환매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번 매도세는 AI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비용과 부채라는 현실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다. 시장이 기술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