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은 냉전 이후 가장 큰 안보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이 국경을 넘어 유럽 전체로 번지자, 각국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미국의 나토 내 역할 축소 우려가 맞물려 유럽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독일과 프랑스가 징병제를 다시 꺼낸 이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군대 규모 확대다. 독일은 2011년에 없앴던 징병제를 부분적으로 되살려 병력을 26만 명까지 늘리려 한다. 예비군도 20만 명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냉전 끝난 뒤 가장 큰 국방 예산도 확정했다.
프랑스는 29년 만에 자발적 군 복무제를 부활시켰다.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세르비아도 징병제로 돌아갔다. 북유럽 국가들은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거나 앞당기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형 아이언돔인 '미켈란젤로돔'을 준비하며 방공망을 강화 중이다.
스마트폰과 100년 전 기관총의 기묘한 조합
전장 양상도 상식을 뒤집었다. 우크라이나는 나무나 기둥에 스마트폰 8,000대를 매달아 뒀다. 이 스마트폰들이 러시아 드론의 모터 소리를 감지하면 태블릿 앱으로 경로를 공유한다. 정보를 받은 부대는 러일전쟁 시절 쓰던 맥심 기관총으로 드론을 쏘아 떨어뜨린다.
최첨단 디지털 음향 감지 시스템과 20세기 초 아날로그 무기가 결합해 레이더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공망을 만들었다.
비용 비대칭도 극적이다. 500달러짜리 FPV 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탱크를 파괴한다. 1,000달러짜리 3D 프린터 요격 드론이 35,000달러 상당의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들이받아 격추한다. 전자전 교란을 피하려고 드론과 조종기를 광섬유 케이블로 직접 연결해 날리기도 한다.
AI로 만든 이미지
포탄 공급 능력과 에너지 위기가 승패를 가른다
첨단 기술이 동원되지만 결국 장기전 승패는 포탄 공급에 달렸다. EU는 탄약 생산 확충에 나섰고, 영국은 20년 만에 대구경 무기 생산을 재개했다. 화약과 신관 같은 원자재 확보가 방위산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에너지 사정도 심각하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 같은 지정학 갈등이 겹치면서 유럽 12개국이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
폴란드 방화 사건과 유럽 내부의 분열
유럽 영토 내 사보타주도 현실화됐다. 폴란드 내 스타링크 통신 기지국 방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러시아산 드론이 NATO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잦아졌다. 흑해와 카스피해에서는 화물선이 공격받아 물류망이 위협받는다.
EU 정상회의가 회원국과 조율 없이 러시아와 비밀리에 물밑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독일과 프랑스가 강하게 반발하며 평화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해군 없는 나라가 해전에서 이긴 비결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군함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자폭용 해상 드론을 자체 개발해 러시아 흑해함대를 밀어냈다.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침몰시키고 러시아 선박들을 흑해와 아조우해에서 철수시켰다. 해군력이 약해도 드론으로 해전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전장에는 200개 넘는 AI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AI가 스스로 탱크와 병사를 식별해 추적, 타격하는 기능이 실전에 도입됐다.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전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독특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