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휴전 협상, 28개 조항이 19개로 줄어든 사연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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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협상 초안이 처음부터 평화로웠던 건 아니다. 이후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반발로 스위스 제네바 회담을 거쳐 독소 조항이 빠진 19개 조항으로 대폭 수정됐다.
협상의 가장 큰 벽은 여전히 영토다. 러시아는 돈바스와 크림반도 등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라고 요구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주권 훼손으로 보고 전선에서의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러시아군 철수를 주장한다. 미국은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일정 부분 영토 양보를 압박하는 구상을 제시했지만 세부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안보 보장 문제도 복잡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나토 헌장 5조에 준하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원한다. 강력한 서방의 보장이 전제된다면 나토 가입 자체는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중립화를 완강히 요구하며 나토 회원국의 파병 가능성조차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를 요구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방위를 위해 약 80만 명의 상비군 유지를 원한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수천억 달러의 피해를 보상하자는 요구에도 러시아는 반발한다.
전략적 자산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통제권도 쟁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미, 우 50:50 공동 운영 같은 제안을 하며 통제권 회복을 노린다. 러시아는 로사톰 등을 통해 독점적인 운영 권리를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대립 속에서도 아부다비 3자 협상에서는 단 4시간 만에 314명의 전쟁 포로를 맞교환하는 극적인 실무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협상장 밖의 변수도 협상을 흔든다. 푸틴 대통령 관저를 향해 드론 90여 대가 공격을 감행하자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의 테러로 규정하며 협상 입장 수정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하며 협상은 일시적으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 폭격을 멈추는 부분적 에너지 휴전 합의를 발표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러시아는 겨울철을 노려 키이우와 하르키우의 화력 발전소에 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었다. 말로는 합의하고 뒤로는 공습을 가하는 화전양면전술이 이어지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군 완전 철수 없이는 푸틴을 만나지 않겠다던 태도를 바꿨다. 선결 조건 없이 언제든 직접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알래스카 회담이나 아부다비 협상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색적인 밀실 외교가 이어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